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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텍, ‘접근성’ 키워드로 치과 R&D 지각변동

  • 작성자 사진: vatech networks
    vatech networks
  • 2025년 12월 29일
  • 4분 분량

촬영이 어려운 환자까지 고려해야 진짜 기술

이종하 바텍 연구소장, 고령·장애 환자 중심 연구 강화 배경과 전략 밝혀


치과 영상 장비 시장이 고도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연구개발(R&D)의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영상 해상도와 저선량 기술 경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최근에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 기존 진료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환자들을 고려한 ‘접근성(Accessibility)’이 새로운 연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치과용 CT 시장 1위 기업 바텍은 접근성 중심의 연구를 본격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바텍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치과 영상 장비를 공급하며 축적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장애 환자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바텍의 R&D를 총괄하는 이종하 연구소장을 만나, 접근성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과 기술적 의미, 향후 방향을 들어봤다.



치과 영상장비 R&D에서 ‘접근성’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연구소 내부에서 먼저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과용 CT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상향 평준화돼 있습니다. 바텍은 한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의료기기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창립 후 불과 20여 년 만에 해낸 성과죠. 전세계 치과 의사들이 바텍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성장을 이뤄낸 근간에는 바텍 하면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자리잡아온 데 기인합니다. 어느 회사보다도 엑스레이 영상 품질이 뛰어난 회사, 누구도 제안한 바 없는 ‘저선량 엑스레이 진료’라는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회사로 성장해왔죠.


하지만 모든 기업이 영상품질 연구에 뛰어드는 지금 시점에서, 같은 방향의 연구만으로는 장기적인 차별화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소 내부에서는 제품을 넘어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고객이 당연하게 여기거나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불편까지 기술로 풀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한 곳이 진료 현장이었고, 특히 고령 환자와 장애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촬영 자체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그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하게 됐습니다.



실제 현장 조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작년 10월부터 연구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책상 앞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방식으로는 접근 제한 대상자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노인 관련 기관, 장애인 전문 치과, 특수 진료 시설을 하나하나 접촉했습니다.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 일본의 치과들도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왜 장비 제조사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느냐’며 의아해하는 곳도 있었지만, 연구의 취지를 설명하자 점차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연구원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비장애인에게는 몇 분이면 끝나는 엑스레이 촬영이, 발달장애 환자에게는 여러 차례의 방문과 단계적인 적응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치과에 들어오는 연습, 진료실 환경에 익숙해지는 시간, 촬영실 앞에서 장비를 관찰하는 과정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단계가 이들에게는 넘어야 할 큰 장벽이었습니다.


접근성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났습니까?

한 장애인 전문 치과에서는 휠체어를 탄 소아 환자를 촬영하기 위해 바닥을 파서 장비를 매립해 놓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바텍이 장애인과 일반인 모두에게 친화적인 기기 디자인을 가장 많이 신경써왔다고 자부해왔습니다만,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환자 앞에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노인 환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잠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호자가 뒤에서 등을 밀어줘야 하거나,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촬영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촬영 시간’에 대한 인식 차이였습니다.

의료기기 제조기업은 영상 획득 시간을 기준으로 촬영 시간을 계산하지만, 환자에게는 장비 앞에 서는 순간부터 촬영이 끝나고 나올 때까지의 전 과정이 모두 촬영 시간이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조사가 인식하는 것보다 6~7배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접근성 연구는 기존 치과 영상 장비 R&D와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기존의 연구개발이 ‘얼마나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느냐’에 집중했다면, 접근성 연구는 질문 자체가 다릅니다. ‘이 환자가 촬영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이 환자가 이 장비 앞에 설 수 있는가’에서 출발합니다.


엑스레이 촬영은 버튼을 누르는 순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환자가 장비 앞에 도착해 자세를 잡고, 안내를 이해하고, 촬영이 끝난 뒤 장비를 빠져나오는 전 과정이 하나의 경험입니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 환자에게는 이 경험이 길어질수록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는 촬영 결과 이전에 촬영 ‘과정’을 연구 대상으로 확장했습니다. 장비의 구조, 움직임, 소리, 안내 방식까지 모두 다시 보게 됐고, 접근성 연구는 결국 장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실제 연구개발 성과로도 이어졌습니까?

대표적인 결과가 지난 9월 발표한 ‘구동시간 단축 기술’입니다. 현장 조사에서 확인한 핵심 문제 중 하나가 환자의 장비 체류 시간이었습니다. 실제 촬영 시간은 짧지만, 준비와 보정 과정이 길어 환자 입장에서는 훨씬 오래 장비 안에 머무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하드웨어, 펌웨어, 영상 개발 담당자들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며 촬영 프로토콜 전반을 재검토했습니다. 콜리메이터 동작을 최적화하고, 다크 캘리브레이션 과정을 간소화하는 등 구동 로직을 재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의 장비 체류 시간을 최대 1분 이상 줄일 수 있었습니다. 영상 품질과 진단 정확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자의 부담만 줄이는 방향이었습니다. 이 기술은 9월 말 전 세계에 공급된 Green X 시리즈 장비에 원격 업데이트로 적용됐습니다.


접근성 연구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접근성 연구는 당장의 매출로 바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텍은 이미 글로벌 치과용 CT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입니다. 업계 선두에 있는 기업일수록 단기적인 성능 경쟁을 넘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은 이미 전체 치과 진료의 상당 부분이 방문진료로 이루어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 역시 환자 구성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표준 환자’를 전제로 한 장비 설계는 점차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바텍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25개 해외법인을 통해 각 지역의 진료 환경을 직접 접하고 있습니다. 이는 접근성 연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국가마다 고령화 속도, 의료 제도, 진료 환경, 환자 특성이 모두 다릅니다. 접근성 문제 역시 지역별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바텍은 다양한 현장의 사례를 연구개발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 대비 강점이 있습니다.


접근성 연구는 특정 국가나 특정 환자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치과 산업 전반이 마주하게 될 과제라고 봅니다.


최근 바텍이 추진 중인 ‘바운드리스 캠페인’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인가요?


그렇습니다. 접근성 연구를 단기 프로젝트로 끝내지 않고, 장기적인 연구 전략이자 기업의 브랜드 방향성으로 가져가기 위해 정리한 개념이 바텍의 ‘바운드리스 캠페인(Boundless Campaign)’입니다.


이 캠페인은 기술 개발, 현장 협력, 사회적 책임 활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고 있습니다. 연구소 차원에서는 현장에서 확인된 불편 요소를 제품과 기능 개선으로 연결하고, 그 결과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검증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장애인 전문 치과와 협업을 통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촬영 사례와 개선 필요 사항을 연구개발에 반영하는 과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접근성 연구는 연구소 안에서만 완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바텍의 치과 R&D는 어떤 방향을 향하게 될까요?

접근성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구동시간 단축을 시작으로, 고령자와 장애 환자를 위한 전용 고정 장치, 자세 보조 구조, 안내 방식, 소음 저감 등 다양한 연구 과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든 연구의 출발점은 같습니다. ‘이 환자가 이 장비 앞에 설 수 있는가’, 그리고 ‘이 경험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는가’입니다.


치과 진료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어렵고 부담스러운 경험입니다. 기술이 그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면, 그것이 연구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치과 진료에서 소외되지 않는 환경을 기술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텍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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